[산업안전 컬럼_NO3] 50인 미만 사업장 안전, 누가 책임져야 하나
산업재해 통계를 들여다보면 불편한 사실이 하나 있다. 전체 산업재해의 70% 이상이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한다.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안전 시스템을 정비하고 안전관리자를 늘리는 동안 정작 사람이 가장 많이 다치고 죽는 곳은 법의 시선이 잘 닿지 않는 작은 사업장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안전 관련 법령이 강화되는 추세 속에서도 이 사각지대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왜 그런지, 그리고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지를 짚어본다.

■ 숫자가 보여주는 현실
우선 현황을 숫자로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위 인포그래픽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50인 미만 사업장의 산업재해 발생 비중은 전체의 70%를 넘는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되어 있고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 담당자는 평균 1명에 불과하다. 구조적 문제와 필요한 해결책도 함께 정리했다.
전체 재해의 70%가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한다는 것은 안전 정책의 자원이 엉뚱한 곳에 집중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대기업은 감독과 처벌이 강화되면서 안전에 투자할 유인이 생겼다. 하지만 50인 미만 사업장은 감독 인력이 닿지 않고 처벌 위협도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법이 효과를 발휘하는 곳과 재해가 실제로 발생하는 곳이 다르다.
■ 법의 공백이 만들어낸 구조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 사각지대는 법 설계 단계에서부터 예고된 문제였다.
- 안전관리자 선임 의무가 없다.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부터 안전관리자 선임 의무가 발생한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안전을 전담하는 사람 없이 운영된다. 사업주나 현장 반장이 생산과 안전을 동시에 담당하는 구조다. 전문성 없이 안전을 관리하라는 것은 애초에 무리한 요구다.
- 중대재해처벌법의 실질적 적용 범위가 좁다. 중대재해처벌법은 2022년 시행 당시 50인 이상 사업장에 먼저 적용됐고 2024년부터 5인 이상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5인 미만 사업장은 여전히 적용 제외다. 농업, 어업, 일부 서비스업 등은 적용 제외 업종이 따로 있기도 하다. 법이 확대됐다는 말이 무색하게 여전히 상당한 규모의 사각지대가 남아 있다.
- 정기 감독의 밀도가 절대적으로 낮다. 고용노동부 감독관이 전국의 소규모 사업장을 모두 순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감독은 사고가 났거나 신고가 들어온 경우에 집중된다. 예방적 감독보다 사후 처리 중심의 구조다. 사고가 나야 감독관이 오는 구조에서는 예방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 소규모 사업장이 안전에 취약한 진짜 이유
법의 공백만이 문제가 아니다. 소규모 사업장이 안전에 취약한 데는 구조적 이유가 있다.
- 안전에 투자할 자원이 없다. 1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한 달 매출이 수천만 원 수준인 경우가 많다. 안전관리자를 고용하거나 설비를 개선하는 데 쓸 예산이 없다. 안전보다 당장 생산이 급하다. 이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자원의 문제다. 처벌 위협이 행동 변화를 이끌려면 최소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그것을 실행할 자원이 있어야 한다. 소규모 사업장은 그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 안전 정보에 접근하기 어렵다. 대기업은 법무팀과 안전팀이 법령 개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소규모 사업장의 사업주는 새로운 법이 생겼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안전보건공단에서 자료를 제공하고 교육을 운영하지만 그 존재를 모르거나 접근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 근로자도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대기업에서는 노동조합이나 근로자 대표를 통해 안전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사업주와 근로자의 관계가 매우 직접적이다. 안전 문제를 제기했다가 불이익을 당하거나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침묵을 만든다. 근로자가 자신의 안전권을 주장하기 어려운 구조다.
■ 처벌 중심 접근의 한계
소규모 사업장 문제에 처벌 강화로 접근하는 것은 효과가 제한적이다.
처벌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둘째, 처벌을 피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그것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이 두 조건이 모두 약하다. 감독이 오지 않으면 처벌받을 가능성이 낮다고 느끼고 설령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도 자원이 없다.
결국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 문제는 처벌보다 지원 중심으로 접근해야 효과가 있다. 법을 지키지 않으면 처벌하는 것보다 법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먼저다.
■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해결책
현장에서 효과가 확인된 방향들이 있다.
- 공단 무료 지원의 확대와 홍보가 필요하다. 안전보건공단의 소규모 사업장 무료 컨설팅과 기술 지도 프로그램은 실제로 효과적이다. 문제는 이 제도를 모르는 사업장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지원 대상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홍보와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 업종별 안전 표준 양식 보급이 효과적이다. 소규모 사업장의 사업주에게 위험성 평가나 안전보건관리규정을 처음부터 만들라고 하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업종별로 "이것만 따라 하면 된다"는 수준의 표준 양식을 만들어 배포하는 것이 현실적인 도움이 된다.
- 지역 단위 안전 협력 체계가 필요하다. 같은 업종의 소규모 사업장들이 모여 안전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으로 교육을 받는 지역 협력 체계가 효과적이다.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안전 업무를 업계가 함께 나누는 구조다.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 중인 안전보건협의회 모델이 이 방향에 가깝다.
■ 마치며 — 법이 닿지 않는 곳에서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
전체 재해의 70%가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하는데 안전 정책의 관심과 자원이 대기업 중심으로 쏠려 있다면 그것은 정책의 실패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대기업의 안전 시스템을 정비하는 데 기여했다면 이제는 그 시선을 소규모 사업장으로 돌려야 할 때다. 법이 닿지 않는 곳에서 사람이 다치고 죽어가는 구조를 방치하는 것은 안전 정책의 완성이 아니다.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 산업재해 사망자를 실질적으로 줄이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리고 그 방법은 처벌이 아니라 지원에서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