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경영책임자, 대표이사가 아닐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이것이다. "우리 사업장 경영책임자가 누구인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연히 대표이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법령과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경영책임자의 범위는 직책이 아니라 실질적 권한으로 결정되며 대표이사가 아닌 다른 사람이 경영책임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 글에서 법령 기준과 현장 적용 사례를 정확히 정리한다.

■ 1. 중대재해처벌법이 정의하는 경영책임자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9호는 경영책임자등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
여기서 핵심 키워드는 두 가지다.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 그리고 안전보건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다. 직책명이 아니라 실질적 권한의 보유 여부가 기준이다.

위 인포그래픽이 경영책임자에 해당하는 사람과 해당하지 않는 사람을 정리한 것이다. 사업주, 대표이사, 실질 권한을 가진 이사·임원, 독립 사업장을 총괄하는 사업소장이 경영책임자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 반면 안전관리자는 보좌·지원 역할이기 때문에 경영책임자가 아니다.
■ 2. 대표이사가 경영책임자가 아닌 경우
대표이사가 원칙적으로 경영책임자에 해당하지만 예외가 있다. 실질적인 경영 권한이 다른 사람에게 있는 경우다.
1) 지주회사 구조에서 자회사 대표이사. 대기업 지주회사 구조에서 자회사 대표이사가 실질적으로 안전·보건 예산을 결정할 권한이 없고 지주회사 회장이나 그룹 대표가 실질적 결정권을 갖고 있다면 그룹 대표가 경영책임자로 판단될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실질적 지배·운영 권한을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밝히고 있다.
2) 공동대표이사 구조. 공동대표이사 체제에서 한 명은 영업을 담당하고 한 명은 생산·안전을 담당하는 경우, 안전보건에 관한 실질적 권한을 갖고 있는 대표이사가 경영책임자가 된다. 공동대표이사 모두가 경영책임자로 지정될 수도 있다.
3) 사업부 단위 독립 운영. 대기업에서 사업부나 공장 단위가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사업부장이나 공장장이 안전보건 예산 편성, 인력 운용, 위험 관리에 관한 실질적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다면 그 사업부장이나 공장장이 해당 사업장의 경영책임자에 해당할 수 있다.
■ 3. 판단의 핵심 기준 — 실질적 권한 4가지

위 판단 흐름도가 우리 사업장의 경영책임자를 확인하는 절차를 정리한 것이다. 개인사업자인지, 법인·기관인지, 대표이사가 실질 권한을 갖고 있는지 순서대로 확인하면 된다.
실질적 권한을 판단하는 기준은 4가지다.
- 안전·보건 예산 편성 및 변경 권한. 안전 설비 도입, 보호구 구입, 안전관리자 선임에 관한 예산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이 권한이 있는 사람이 경영책임자다.
- 인력 운용 최종 결정 권한. 안전관리자 채용·해고, 관리감독자 지정, 근로자 배치에 관한 최종 결정권이 누구에게 있는가.
- 안전보건 관련 정책 수립 권한. 안전보건관리규정, 안전보건목표, 연간 안전계획을 수립하고 승인하는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가.
- 사업 전반의 위험 관리 최종 책임. 중대 재해 발생 시 대외적으로 책임을 지고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이 4가지 권한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지 않고 분산된 경우 복수의 경영책임자가 지정될 수 있다.
■ 4. 현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혼선 3가지
실무에서 경영책임자 지정과 관련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혼선이 있다.
- "대표이사 서명만 있으면 된다"는 오해. 안전보건관리체계 서류에 대표이사 서명이 있다고 해서 대표이사가 경영책임자의 의무를 이행한 것이 아니다. 서명은 형식이고 실질적인 안전보건 확보 의무 이행이 핵심이다. 대표이사가 서명은 하되 실제 안전보건 업무를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면 의무 이행으로 보기 어렵다.
- 안전관리자를 경영책임자로 지정하는 경우. 일부 사업장에서 안전관리자에게 경영책임자 역할을 위임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법적으로 효력이 없다. 안전관리자는 보좌·지원 역할이며 경영책임자의 의무를 대신할 수 없다. 안전관리자에게 책임을 전가해도 경영책임자의 법적 의무는 소멸되지 않는다.
- 명의 대표이사와 실질 경영자가 다른 경우. 중소기업에서 명의상 대표이사와 실제로 사업을 운영하는 실질 경영자가 다른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실질 경영자가 경영책임자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고용노동부와 검찰은 형식적 직책보다 실질적 권한 행사 여부를 기준으로 수사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 5. 안전관리자가 이 내용을 알아야 하는 이유
이 내용이 안전관리자와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실무에서 매우 중요하다.
- 경영책임자에게 올바르게 보고해야 한다. 안전보건 현황을 보고할 때 실질적 경영책임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명의상 대표이사에게만 보고하고 실질 경영자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정보가 단절된다.
- 위험 보고가 묵살됐을 때 증거를 남겨야 한다. 안전관리자가 위험을 보고했는데 경영책임자가 묵살했다면 그 기록이 남아야 한다. 이후 사고 발생 시 안전관리자 개인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는 근거가 된다.
- 예산 요청도 경영책임자에게 직접 해야 한다. 안전 예산을 중간 관리자에게만 요청하고 결재가 안 났을 때 거기서 멈추면 안 된다. 경영책임자에게 직접 서면 요청하고 그 결과를 기록해두어야 한다. 고용노동부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에서도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이행을 위한 안전관리자의 역할을 명시하고 있다.
■ 직책보다 권한이 먼저다 — 현장에서 본 혼선의 비용
솔직히 말하면 경영책임자 문제로 혼선을 겪는 현장을 여러 번 봤다. 대표이사 서명이 있으니 다 됐다고 생각하다가 감독에서 지적받는 경우, 안전관리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다가 법적으로 효과가 없다는 것을 사고 후에야 아는 경우. 그 혼선의 비용은 결국 현장 근로자가 치른다.
경영책임자가 누구인지를 정확히 아는 것에서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시작된다. 그 사람이 실질적으로 예산을 결정하고 인력을 운용하고 위험 보고에 반응해야 한다. 서명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실제로 현장을 바꿀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경영책임자이고 그래서 법이 그 사람에게 의무를 부여한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경영진과 이야기할 때 항상 먼저 확인한다. 실제로 결정할 수 있는 분이 맞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