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관이 가장 먼저 보는 것, 10년 동안 옆에서 지켜봤다
2017년 6월이었다. 경기도 화성,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 오전 10시쯤 고용노동부 감독관 두 명이 왔다.
사전 예고 없이.
나는 그날 처음으로 감독관 옆에서 전 과정을 함께 다녔다. 무슨 서류를 먼저 보는지, 어디를 먼저 가는지, 근로자한테 뭘 물어보는지. 그걸 옆에서 직접 봤다.
솔직히 그전까지는 감독 대비라고 하면 서류 정리가 전부인 줄 알았다. 교육일지 채우고, 위험성 평가 업데이트하고, 선임 서류 꺼내놓고. 근데 그날 감독관이 사무실에 앉아서 서류를 보기 시작한 건 도착하고 15분이 지나서였다. 그 전에 이미 다른 걸 먼저 봤다.
그 이후로 감독이 있을 때마다 옆에서 따라다녔다. 10년 동안 크고 작은 감독을 수십 번 봤다.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 감독관이 현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보는 것
감독관이 사무실 문을 열기 전에 이미 뭔가를 보고 있다

위 타임라인이 내가 직접 관찰한 감독관의 현장 확인 순서다. 5단계로 나뉘고 보통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사이에 끝난다.
1) 0~5분 — 주차장과 입구. 주차장에서 내리자마자 시작된다. 건물 외벽에 안전표지판이 붙어 있는지, 방문자 안전교육 안내가 있는지, 안전모가 비치되어 있는지. 이걸 걸어 들어오면서 본다. 말은 안 하는데 눈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그날 화성 공장에서 감독관이 입구에서 잠깐 멈추는 걸 봤다. 방문자 안전교육 안내문이 없었다. 아무 말 안 했다. 근데 수첩에 뭔가 적었다.
2) 5~15분 — 사무실 서류. 앉아서 먼저 보는 서류가 정해져 있다. 선임 서류, 안전보건관리규정, 교육일지 최근 3개월치. 이 세 가지다. 교육일지는 내용보다 서명 여부를 먼저 본다. 서명이 빠진 날짜가 있으면 바로 표시한다.
3) 15~30분 — 현장 순회. 이게 핵심이다. 방호장치가 제 자리에 있는지, 보호구를 실제로 착용하고 있는지, 통로가 막혀 있지 않은지. 서류에 다 있다고 적혀 있어도 현장이 다르면 그게 지적 사항이 된다. 서류와 현장이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단계다.
4) 30~45분 — 근로자 면담. 근로자한테 직접 묻는다. "위험성 평가라는 게 뭔지 아세요?" "교육을 얼마 전에 받으셨어요?" "TBM이 뭔지 아세요?" 근로자가 모르면 교육이 제대로 된 게 아니라는 판단이 나온다. 일지에 서명이 있어도.
5) 45분 이후 — 지적 사항 통보. 앞에서 수첩에 적어둔 것들이 여기서 나온다. 개선 기한을 설정하고 재확인 일정을 안내한다.
■ 가장 많이 지적되는 항목 5가지
10년 동안 감독 현장을 보면서 반복적으로 나온 지적 사항들이다.

위 카드가 내가 직접 관찰한 지적 빈도 상위 5가지다. 고용노동부 사업장 감독 결과에서도 매년 비슷한 항목이 상위에 오른다.
- 안전보건교육 미실시·일지 미비가 압도적 1위다. 교육을 안 했거나, 했는데 일지가 없거나, 일지는 있는데 서명이 빠진 경우다. 이 중에 서명 누락이 가장 많다. 교육을 분명히 했는데 그날 바빠서 서명을 나중에 받으려다 잊어버린 거다. 교육보다 서명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 아니다. 서명이 없으면 교육 증거가 없다는 뜻이다.
- 위험성 평가 부실·미실시가 2위다. 평가서가 없거나, 있는데 현장이랑 전혀 다르거나, 전년도 것을 날짜만 바꾼 경우다. 감독관은 위험성 평가서를 들고 현장을 걷는다. 서류에 없는 위험요인이 현장에 있으면 바로 나온다.
- 방호장치 미설치·임의 해제가 3위다. 이건 현장 순회에서 나온다. 있어야 할 자리에 없거나, 작동이 안 되거나, 임의로 제거된 흔적이 있거나. 앞 글에서 얘기한 협착사고의 원인과 정확히 겹친다.
- 선임 서류 미비·신고 누락이 4위다. 안전관리자는 선임했는데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신고를 별도로 안 한 경우, 선임 후 14일 이내 신고를 놓친 경우 등이다.
- 보호구 미지급·미착용이 5위다. 보호구를 줬다고 해도 지급 대장이 없으면 증거가 없다. 작업 중 미착용은 현장 순회에서 바로 확인된다.
■ 감독 대비, 실제로 효과 있었던 방법
거창한 준비가 아니다. 내가 직접 써본 것만 말한다.
- 평소에 교육일지 서명을 그날 받아야 한다. 나중에 받으려다 잊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육 끝나는 즉시 서명 받는 것을 루틴으로 만들어야 한다. 번거롭지만 이게 감독 때 가장 크게 티가 난다.
- 위험성 평가는 현장을 보고 써야 한다. 사무실에서 작성한 위험성 평가는 감독관이 현장에서 걷는 순간 들킨다. 설비 번호, 작업 위치, 실제 발생 가능한 위험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어야 한다.
- 근로자가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TBM에서 위험성 평가를 가끔 언급하고, 교육에서 들었던 내용을 환기시켜야 한다. 감독관이 "위험성 평가가 뭔지 아세요?"라고 물었을 때 근로자가 대답을 못 하면 아무리 서류가 완벽해도 소용없다.
- 입구부터 정리해야 한다. 감독관은 걸어 들어오면서 이미 보고 있다. 안전표지판, 방문자 교육 안내, 안전모 비치. 이게 없으면 첫인상이 나빠진다. 첫인상이 나쁘면 뒤에 모든 걸 더 꼼꼼하게 보기 시작한다.
■ 서류보다 현장이 먼저다 — 그걸 너무 늦게 알았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처음엔 감독 대비를 서류 정리로만 생각했다. 교육일지 채우고, 위험성 평가 업데이트하고, 선임 서류 준비하고. 그게 전부인 줄 알았다.
2017년 화성 공장 감독에서 감독관을 따라다니면서 처음으로 감독이 뭘 보는 건지 알았다. 서류가 완벽해도 현장에서 방호장치가 빠져 있으면 지적된다. 근로자가 교육 내용을 모르면 지적된다. 서류와 현장이 다르면 서류는 의미가 없다.
그 이후로 감독 대비라는 말 대신 다른 말을 쓰게 됐다. 현장 정비. 감독관이 와도 부끄럽지 않은 현장을 만드는 것. 그게 감독 대비의 본질이라는 걸 그날 처음 알았다. 그래서 지금도 감독 전날에 하는 건 서류 확인이 아니라 현장 한 바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