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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안전

[산업안전 칼럼]중대재해처벌법 2년, 현장은 실제로 달라졌나

by New_World_Magazine 2026. 4. 8.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다. 5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경영책임자에게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부과하고 위반 시 형사처벌을 가하는 내용이었다. 산업안전 역사에서 가장 강력한 법이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법 시행 이후 2년이 지났다. 그렇다면 현장은 실제로 달라졌는가. 냉정하게 진단해야 할 시점이다.


중대재해처벌법 2년, 현장은 실제로 달라졌나

■ 달라진 것들 — 서류와 시스템

법 시행 이후 분명히 달라진 것들이 있다. 부인할 수 없는 변화다.

위 비교 인포그래픽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달라진 영역은 주로 서류·시스템 측면이다.

  1.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가 생겼다. 50인 이상 사업장은 안전보건목표, 경영방침, 이행 점검 체계를 갖춰야 한다. 법 시행 전에는 선택이었던 것이 의무가 됐다. 기업들이 컨설팅을 받고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2. 경영책임자의 직접 서명 문화가 생겼다. 이전에는 안전 관련 서류에 안전관리자나 팀장 서명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았다. 법 시행 이후 대표이사가 직접 서명하는 서류가 늘어났다. 경영진이 안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다.
  3. 안전관리자 선임 비율이 높아졌다. 법 적용을 의식한 사업장들이 안전관리자를 신규 선임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안전관리자 채용 시장이 눈에 띄게 활성화됐다.

이 변화들이 의미 없다고 말할 수 없다. 경영진이 안전 문서에 서명하고 안전관리자가 늘어나는 것은 분명히 긍정적인 변화다.


■ 달라지지 않은 것들 — 숫자가 말하는 현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숫자가 달라지지 않았다.

  1. 연간 산업재해 사망자 수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법 시행 전인 2021년 산업재해 사망자는 2,080명이었다. 법 시행 후 2022년은 2,223명, 2023년에도 여전히 2,000명대를 유지했다. 가장 강력한 안전 법이 시행됐는데 사망자 수는 줄지 않았다. 이 숫자 앞에서 "법이 효과가 있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2. 50인 미만 사업장의 사각지대는 그대로다. 전체 산업재해의 70% 이상이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처음에는 5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됐고 2024년부터 5인 이상으로 확대됐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여전히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구조는 변하지 않았다.
  3. 현장 근로자의 안전 인식과 행동은 그대로다. 법이 경영진에게 의무를 부과한다고 해서 현장 근로자의 보호구 착용률이 올라가지는 않는다. 서류가 갖춰졌어도 현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 법이 바꾼 것과 바꾸지 못한 것의 구조적 이유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구조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처벌 중심의 법이다. 경영책임자를 형사처벌함으로써 안전에 투자하지 않을 수 없도록 압박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처럼 법적 리스크에 민감한 조직에서는 효과를 발휘했다. 실제로 대기업 계열사들은 안전 투자를 대폭 늘리고 체계를 정비했다.

문제는 중소·소규모 사업장이다.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영자 상당수는 법의 내용 자체를 모르거나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모른다. 안전관리자를 선임할 여력도 없고 컨설팅을 받을 예산도 없다. 처벌 위협이 행동 변화로 이어지려면 최소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그것을 실행할 자원이 있어야 한다. 그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처벌 중심의 법은 구조적 한계를 가진다.

또 하나의 문제는 서류와 현장의 분리다.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경영책임자가 서명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더라도 그 내용이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지는 별개다. 두꺼운 안전 매뉴얼이 서랍 속에 있는 동안 현장에서는 방호장치가 제거된 채 기계가 돌아가고 있을 수 있다. 법이 요구하는 것과 현장에서 실제로 필요한 것 사이의 간극이 여전히 크다.


■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한가

법의 방향 자체가 틀렸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경영책임자에게 안전 의무를 부과하고 처벌하는 것은 필요한 제도다. 다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1.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실질적 지원이 함께 가야 한다. 처벌과 지원은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안전보건공단의 소규모 사업장 지원 프로그램이 있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2. 현장 작동 여부를 검증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서류가 갖춰졌는지가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로 위험이 줄어들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점검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3. 안전관리자의 실질적 역할이 강화되어야 한다. 안전관리자 선임 수는 늘었지만 1인이 수백 명의 근로자를 담당하고 서류 작업에 치이는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선임 수 증가가 현장 안전 수준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 마치며 — 법은 시작이지 완성이 아니다

중대재해처벌법 2년을 돌아보며 드는 생각은 하나다. 법은 시작이지 완성이 아니라는 것이다. 법이 만들어진 것은 중요한 출발점이었다. 하지만 법 조문이 현장의 안전을 직접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서류와 현장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것, 사각지대의 소규모 사업장을 끌어안는 것, 안전이 처벌 회피가 아닌 문화로 자리 잡는 것은 법 이후의 과제다. 사망자 수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날이 중대재해처벌법이 진짜 효과를 발휘하는 날이다. 그날이 오려면 법 너머의 더 많은 것들이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