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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안전

내가 조사한 협착사고 7건, 공통점은 딱 하나였다

by New_World_Magazine 2026. 4. 24.

2015년 11월이었다. 경기도 안산, 금속 프레스 가공 공장. 오후 2시쯤 연락이 왔다.

"손가락이요."

그게 전부였다. 뛰어갔다. 50대 작업자였다. 프레스에 오른손 검지 두 마디가 끼였다. 병원에서는 절단이라고 했다. 현장에 돌아와서 프레스를 봤다. 방호덮개가 없었다. 옆에 있던 반장한테 물었다.

"원래 없었어요?"

"불편하다고 작업자들이 빼달라고 해서요."

그날 이후 나는 협착사고를 볼 때마다 방호장치부터 확인하게 됐다. 그리고 7건을 조사하면서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조사한 협착사고 7건, 공통점은 딱 하나였다


■ 7건의 사고, 7개의 현장

직접 조사한 협착사고 7건

위 카드가 내가 직접 조사하거나 관여한 협착사고 7건을 연도·지역·원인별로 정리한 것이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다. 업종도 달랐고 설비도 달랐다. 프레스, 컨베이어, 금형, 지게차. 피해자도 달랐다. 20대 신입도 있었고 15년 경력 베테랑도 있었다.

근데 현장을 보면서 자꾸 같은 것이 눈에 걸렸다.

  1. 2015년 경기 안산 — 프레스 방호덮개 제거. 작업자가 직접 뺐다. 불편하다는 이유로. 반장도 알고 있었다. 묵인했다.
  2. 2016년 인천 — 컨베이어 벨트 청소 중 접촉. 설비를 멈추지 않고 청소했다. LOTO 절차가 있긴 했는데 아무도 지키지 않았다. "원래 이렇게 해요"라는 말을 들었다.
  3. 2017년 충남 아산 — 금형 교체 중 LOTO 없음. 에너지 차단 없이 금형을 교체하다가 설비가 오작동했다. 작업지시서에 LOTO 절차가 명시되어 있었다. 그걸 건너뛴 거다.
  4. 2018년 경기 평택 — 설비 점검 중 오작동. 점검 중에 다른 작업자가 설비를 가동시켰다. 잠금장치가 없었다. "몰랐어요"가 답이었다.
  5. 2019년 부산 — 지게차 협착구간 미표시. 지게차 이동경로와 작업자 동선이 겹쳤다. 표시도 없고 분리도 없었다. 사고 나기 전까지 아무도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6. 2021년 경기 화성 — 방호장치 임의 해제. 이번엔 작업자가 아니라 관리자가 뺐다. 생산 속도 맞추려고. 그냥 빼라고 했다.
  7. 2022년 충북 청주 — 작업 중 감독자 부재. 고위험 작업인데 관리감독자가 없었다. 30분 자리를 비운 사이에 사고가 났다.

■ 공통점은 딱 하나였다

방호장치가 없었던 이유

위 표가 7건에서 방호장치가 없었던 이유를 분류한 것이다.

7건 모두 달랐다. 근데 전부 따져보면 하나로 모인다.

방호장치가 없었다.

작업자가 뺐거나, 원래부터 없었거나, 점검 중 빼고 안 달았거나, 관리자가 빼라고 했거나. 형태는 달랐는데 결론은 같았다. 기계가 돌아가는 공간에 사람 손이 닿을 수 있는 상태였다.

안전보건공단 기계·기구 방호장치 기술지침에 따르면 방호장치는 임의로 해제하거나 제거할 수 없다. 산업안전보건법 제80조도 방호장치의 임의 해제를 금지하고 있다. 근데 현장에서 그게 지켜지는 경우를 나는 생각보다 많이 못 봤다.


■ 왜 방호장치가 없어지는가

이게 나한테는 제일 중요한 질문이었다. 법도 있고 지침도 있는데 왜 계속 없어지는 건가.

  1. 불편하기 때문이다. 방호장치가 있으면 작업 속도가 느려진다. 손이 잘 안 들어간다. 시야가 가린다. 작업자 입장에서 방호장치는 생산성의 적이다. 그리고 당장 사고가 나지 않으니까 빼도 된다는 경험이 쌓인다. 이게 반복되면 방호장치 없는 것이 '원래 상태'가 된다.
  2. 관리자가 묵인하거나 지시하기 때문이다. 7건 중 4건에서 관리자가 알고 있었거나 직접 지시했다. 생산 압박이 있으면 관리자도 방호장치보다 속도를 선택한다. 그 선택이 쌓이면 현장 문화가 된다.
  3. 복구 절차가 없기 때문이다. 점검 중 방호장치를 빼는 건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근데 복구 확인 절차가 없으면 빼놓은 채 작업이 재개된다. 7건 중 1건이 이 경우였다. 점검 끝나고 그냥 잊은 거다.

■ 방호장치 관리,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

거창한 대책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당장 오늘 할 수 있는 것들이다.

  1. 현장 모든 설비의 방호장치 현황을 한 번 전수 확인해야 한다. 있어야 할 곳에 있는지, 정상 작동하는지. 생각보다 빠진 데가 나온다.
  2. 방호장치 제거 기록을 남기는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 점검 등으로 빼야 할 때는 기록을 남기고 복구 확인까지 서명을 받아야 한다. 절차가 없으면 잊힌다.
  3. 작업자가 불편하다고 느끼는 방호장치를 파악해야 한다. 그 불편함을 해소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불편함을 그냥 두면 언젠가 방호장치가 없어진다.

■ 방호장치가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다 — 그래서 지금도 제일 먼저 본다

솔직히 말하면 7건 중 6건은 방호장치가 있었다면 사고가 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손가락이 닿지 않는 구조였다면, 에너지가 차단된 상태였다면, 경로가 분리되어 있었다면. 그 가정이 너무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래서 지금도 새로운 현장에 가면 제일 먼저 설비 방호장치를 본다. 있는지, 작동하는지, 임의로 빠진 건 없는지. 거기서 그 현장의 안전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대충 보인다.틀린 적이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