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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안전

내가 10년 동안 안전관리자로 일하면서 말을 바꾼 한 가지

by New_World_Magazine 2026. 4. 12.

이 글은 산업안전기사 자격을 보유하고 제조·건설·물류 등 다양한 업종 현장에서 10년 이상 안전관리 실무를 담당해온 필자의 직접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안전관리자로 일을 시작한 첫 해에 내가 가장 많이 한 말이 있었다. "규정이니까 지키세요." 이 말을 하면서 속으로는 당연한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규정은 이유가 있어서 만들어진 것이고 지키지 않으면 다친다는 것을 설명하는 가장 명확한 방법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현장 근로자들의 반응은 내가 기대한 것과 달랐다. 고개를 끄덕이고 그 자리를 떠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10년이 지나 그 이유를 이제는 안다.

내가 10년 동안 안전관리자로 일하면서 말을 바꾼 한 가지


■ 1~2년차 — 규정과 원칙으로 밀어붙이던 시절

처음에는 법령과 규정이 가장 강력한 설득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이건 산업안전보건법 몇 조에 규정된 사항이에요.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가 나와요." 이 말을 반복했다.

효과는 단기적으로는 있었다. 내가 지켜볼 때는 착용하고 내가 없으면 다시 벗는 패턴이 반복됐다. 돌이켜보면 그 말이 전달한 것은 안전의 이유가 아니라 감시받고 있다는 신호였다. 규정과 원칙을 앞세우는 말은 상대를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압박하는 것이었다. 압박받은 사람은 감시가 없으면 원래 행동으로 돌아간다.


■ 3~5년차 — 결과를 설명하면 달라질 거라고 믿었다

다음 단계는 위험의 결과를 설명하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하면 손가락이 절단될 수 있어요." "이 높이에서 떨어지면 척추가 부러져요." 사고 사례 사진을 TBM에서 보여주기도 했다.

반응은 있었다. 그 자리에서는 모두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그 표정은 이틀을 넘기지 못했다. 사람은 눈앞에 없는 위험을 오래 실감하지 못한다. 특히 지금까지 한 번도 그 사고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결과를 설명하는 방식은 공포를 자극하지만 행동을 지속시키지는 못했다.

안전관리자의 고백

위 타임라인은 10년 동안 내가 현장에서 사용한 말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연차별로 정리한 것이다. 1~2년차의 지시형 언어에서 시작해 결과 설명, 질문, 그리고 동행으로 이어지는 변화가 담겨 있다.


■ 6~8년차 — 질문으로 바꿨을 때 처음으로 뭔가 달라졌다

전환점은 지시와 설명을 포기하고 질문을 시작하면서였다. "저라면 어떻게 할 것 같아요?" "이 작업에서 제일 불편한 게 뭐예요?" "이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처음에는 어색했다. 근로자들도 왜 안전관리자가 자기한테 물어보냐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몇 번 반복하면서 변화가 생겼다. 질문을 받으면 사람은 생각하기 시작한다. 생각하면 자신이 처한 위험을 스스로 인식하게 된다. 내가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발견하는 것이다. 그 차이가 결정적이었다.

"이 부분 위험하지 않아요?"라고 내가 말할 때와 작업자가 "이 부분이 좀 위험하긴 한데..."라고 스스로 말할 때, 그 다음 행동이 완전히 달랐다. 자신이 발견한 위험은 자신이 고치고 싶어진다.


■ 9년차 이후 — "같이 한번 봐볼까요?" 한 마디

지금 내가 가장 자주 하는 말은 이것이다. "같이 한번 봐볼까요?"

위험 요인을 발견했을 때,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은 작업자를 봤을 때, TBM에서 아차사고를 공유할 때. 지시하거나 설명하거나 질문하는 대신 같이 현장으로 걷는다.

이 말이 강력한 이유가 있다. 첫째, 같이 간다는 것은 내가 이 문제를 함께 풀겠다는 신호다. 내 문제가 아니라 우리 문제가 된다. 둘째, 현장에 가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보인다. 설명이 필요 없어진다. 셋째, 함께 위험을 발견한 경험이 관계를 만든다. 그 관계가 다음에 그 작업자가 위험을 먼저 알려오게 만든다.

말한마디가 현장의 반응을 바꾼다

위 비교 이미지는 예전에 내가 했던 말과 지금 내가 하는 말을 나란히 놓은 것이다. 같은 상황에서 말이 달라지면 상대의 반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준다. "규정대로 하세요"는 저항을 만들고 "같이 봐볼까요"는 협력을 만든다.


■ 말이 바뀌면 현장이 바뀐다

이것이 단순히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다. 안전관리자가 어떤 언어를 쓰느냐가 현장의 안전 문화 자체를 결정한다.

지시형 언어가 지배하는 현장에서는 안전관리자가 없으면 안전도 없다. 동행형 언어가 자리 잡은 현장에서는 안전관리자가 없어도 근로자들끼리 서로 챙기기 시작한다. 전자는 감시 시스템이고 후자는 문화다. 감시 시스템은 감시자가 없으면 작동을 멈추지만 문화는 멈추지 않는다.

안전보건공단 안전문화 연구에서도 안전 문화의 핵심은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안전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 자발성은 강요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함께 문제를 발견하고 함께 해결하는 경험이 쌓여야 생긴다.


■ 마치며 — 10년이 걸려 배운 가장 짧은 안전 언어

"규정이니까 지키세요"에서 "같이 한번 봐볼까요?"로 오는 데 10년이 걸렸다. 이 말이 더 쉽다. 더 짧다. 그런데 효과는 비교가 안 된다.

안전관리자로 일하면서 가장 많이 오해한 것이 있다. 안전은 전달하는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지식을 전달하고 위험을 전달하고 규정을 전달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다르게 생각한다. 안전은 함께 발견하는 것이다. 내가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같이 보면서 상대가 스스로 발견하도록 하는 것. 그것이 10년 동안 현장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