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64 아차사고 보고 문화, 3개월 만에 만든 방법 2020년 9월이었다. 충북 청주의 한 전자부품 공장. 담당자로 부임한 첫 날 아차사고 보고 현황을 확인했다.월 0건.3개월째 0건이었다.현장에 위험이 없어서 0건인 건지 확인하고 싶었다. 다음 날 아침 작업자 몇 명한테 슬쩍 물어봤다. "요즘 아찔했던 순간 있었어요?" 다들 잠깐 눈을 피했다. 그러다 한 명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있긴 있었는데… 보고하면 뭔가 복잡해질 것 같아서요."그 말이 답이었다. 위험이 없는 게 아니라 말 못 하는 거였다.■ 0건이 무서운 이유아차사고 0건은 안전한 현장의 신호가 아니다. 안전보건공단 아차사고 발굴 가이드에 따르면 아차사고 1건 뒤에는 수백 건의 불안전 행동이 있다고 본다. 0건이라는 건 그 수백 건이 수면 아래에 잠겨 있다는 뜻이다.위 비교 카드의 왼쪽이 보고.. 2026. 4. 26. 위험성 평가 결과를 경영진에게 설득력 있게 보고하는 방법 2019년 초였다. 경기도 안성, 식품 가공 공장. 위험성 평가를 마치고 결과를 공장장한테 보고하러 갔다.A4 열다섯 장짜리 보고서를 들고.공장장은 첫 장을 넘기다가 멈췄다. 그러더니 이렇게 말했다."요점이 뭐예요?"나는 당황했다. 요점은 전부다 싶었다. 위험요인이 23개고 그 중 허용 불가가 3개고 각각 원인과 대책이 있고. 다 중요한 내용인데.공장장은 보고서를 덮었다. 회의가 5분 만에 끝났다. 예산은 나오지 않았다.그날 이후로 보고 방식을 완전히 바꿨다. ■ 경영진이 보고를 안 듣는 건 내용 때문이 아니다처음에는 내용이 부족해서 설득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위험성 평가를 더 꼼꼼하게 하고, 자료를 더 많이 붙이고, 사례를 더 찾아서. 그게 해결책인 줄 알았다.아니었다.경영진이 보고를 안 듣는 건 내.. 2026. 4. 25. 내가 조사한 협착사고 7건, 공통점은 딱 하나였다 2015년 11월이었다. 경기도 안산, 금속 프레스 가공 공장. 오후 2시쯤 연락이 왔다."손가락이요."그게 전부였다. 뛰어갔다. 50대 작업자였다. 프레스에 오른손 검지 두 마디가 끼였다. 병원에서는 절단이라고 했다. 현장에 돌아와서 프레스를 봤다. 방호덮개가 없었다. 옆에 있던 반장한테 물었다."원래 없었어요?""불편하다고 작업자들이 빼달라고 해서요."그날 이후 나는 협착사고를 볼 때마다 방호장치부터 확인하게 됐다. 그리고 7건을 조사하면서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 7건의 사고, 7개의 현장위 카드가 내가 직접 조사하거나 관여한 협착사고 7건을 연도·지역·원인별로 정리한 것이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다. 업종도 달랐고 설비도 달랐다. 프레스, 컨베이어, 금형, 지게차. 피해자도 달랐다. 2.. 2026. 4. 24. About — 이 블로그에 대하여 ■ 안녕하세요, 산업안전기사 실무자입니다저는 산업안전기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으며 제조업, 건설업, 물류·화학 등 다양한 업종의 현장에서 10년 이상 안전관리 실무를 직접 담당해왔습니다.처음 안전관리자로 일을 시작했을 때, 필요한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법령 원문은 해석이 어렵고, 인터넷에 있는 글들은 실제 현장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교과서에는 없는 것들, 현장에서 직접 부딪혀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았습니다.그 경험이 이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입니다.■ 이 블로그가 쓰는 글이 블로그는 두 가지를 함께 씁니다.첫째, 법령 기준을 현장 언어로 풀어씁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 고시·지침은 정확해야 합니다. 틀린 정보가 현장에 퍼지면 실제로 사람이 다칩니다. 법령 원문을 직.. 2026. 4. 24. 안전보건관리책임자와 안전관리자, 현장에서 혼용되는 이유 2018년 여름이었다. 충남 아산의 자동차 부품 공장. 고용노동부 감독이 나왔다.감독관이 서류를 훑더니 물었다."안전보건관리책임자 선임 서류가 어디 있죠?"나는 잠깐 멈칫했다. 안전관리자 선임 서류는 있었다. 내가 있으니까. 근데 안전보건관리책임자는 따로 있어야 한다는 걸 그 순간 깨달았다. 공장장 이름으로 선임 신고를 별도로 했어야 하는 거였다.결국 그날 지적을 받았다.솔직히 그때까지 나도 두 직책을 같은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안전 담당자가 있으면 된 거 아닌가 싶었던 거다. 근데 법은 그렇지 않았다.이름이 너무 비슷하다.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안전관리자. 빠르게 읽으면 구분이 잘 안 된다. 나도 몰랐고, 같이 일했던 동료들도 몰랐고, 심지어 일부 사업주도 모른다. 이게 현장에서 이 두 직책이 혼용되.. 2026. 4. 22. 도급 사업장 안전, 원청이 수급인 근로자에게 책임지는 범위 2020년 가을이었다. 경기도 평택, 대형 물류창고 신축 공사 현장.수급인 소속 비계 작업자가 추락했다. 다행히 사망은 아니었는데 골반뼈가 부러졌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원청 현장소장이 제일 먼저 한 말이 이거였다."저희 직원이 아닌데요."그 말이 지금도 기억난다.법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다. 고용 계약은 수급인이랑 되어 있으니까. 근데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그날 조사해보니까 원청이 수급인 작업구역을 한 번도 순회점검 하지 않았다. 협의체 회의록도 없었다. 합동 안전점검 기록도 없었다.결국 원청도 함께 처벌받았다.그때 나는 처음으로 이 구조를 제대로 이해했다. "저희 직원이 아니다"가 책임을 피하는 논리가 되지 않는다는 것. 원청 사업장 안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원청은 분명한 법적 의무가 있다.근데 현장.. 2026. 4. 21. 이전 1 2 3 4 5 ··· 1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