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업안전64

중대재해처벌법 경영책임자, 대표이사가 아닐 수 있다 2022년 봄이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두 달쯤 지났을 때다.인천의 한 제조업 공장에 컨설팅을 나갔다.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새로 구축해야 한다고 해서였다. 대표이사는 70대였는데 사실상 경영에서 손을 뗀 지 오래됐고 실제로는 아들인 전무이사가 공장 전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예산도, 인력도, 설비 발주도 전부 전무이사가 결정했다.첫 미팅에서 물었다."경영책임자가 누구십니까?"잠깐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 인사팀장이 말했다."대표이사 아닌가요?"그 자리에 있던 전무이사도 고개를 끄덕였다.근데 그게 아니었다. 법이 경영책임자를 판단하는 기준은 직책이 아니라 실질적 권한이다. 안전·보건 예산을 누가 결정하는지, 인력을 누가 운용하는지. 그 기준으로 보면 그 공장의 경영책임자는 대표이사가 아니라 전무이사였다.. 2026. 4. 20.
안전관리자가 번아웃되면 현장에 어떤 일이 생기나 번아웃은 안전관리자 개인의 문제처럼 보인다. 체력이 부족하거나 멘탈이 약하거나 스트레스 관리를 못 하는 개인의 문제. 그런데 10년을 돌아보면 그렇지 않다. 안전관리자 한 명이 번아웃되면 그 사람만 힘든 것이 아니라 현장 전체가 달라진다. 아차사고 보고가 줄고 TBM이 형식화되고 위험이 방치된다. 번아웃은 현장 안전의 문제다. 그 과정을 5단계로 되돌아본다. ■ 번아웃이 진행되는 5단계위 타임라인이 현장에서 안전관리자 번아웃이 진행되는 전형적인 5단계를 정리한 것이다.1단계 — 과부하 시작. 서류, 현장, 교육, 보고, 감독 대응을 모두 혼자 처리하는 상태가 지속된다. 처음에는 "내가 다 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버틴다. 야근이 시작되고 주말에도 일이 이어진다. 이 단계에서 대부분의 안전관리자는 자신이 .. 2026. 4. 18.
10년 안전관리자가 가장 후회하는 결정 안전관리자로 10년을 일하면서 잘한 것도 있고 못한 것도 있다. 잘한 것은 시간이 지나면 잊힌다. 후회하는 것은 잊히지 않는다. 이 글은 10년 중 가장 오래 머릿속에 남아 있는 후회들을 연차별로 정리한 기록이다. 잘난 척하려는 것이 아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쓰는 것이다. ■ 1년차 — 위험 보고를 했는데 경영진이 무시했을 때 침묵했다첫 번째 후회는 가장 오래됐다. 입사 8개월째, 현장 순회에서 프레스 방호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보고서를 작성해서 공장장에게 전달했다. 돌아온 말은 "생산 일정이 있으니까 다음 주에 보자"였다. 그리고 다음 주는 오지 않았다.그때 나는 더 이상 밀어붙이지 않았다. 기록은 남겼고 보고는 했으니 내 역할은 다 했다고 생각했다. 2주 후 그 프레스에서.. 2026. 4. 18.
사고가 나기 전 현장에는 반드시 이 신호가 있었다 사고가 난 현장을 사후 조사하면서 반복적으로 발견하는 것이 있다. 사고 전에 신호가 있었다는 것이다. 한 번도 예고 없이 찾아온 사고가 없었다. 항상 무언가 달라진 것이 있었고 누군가 그것을 봤거나 느꼈다. 다만 그 신호를 신호로 읽지 못했거나 읽었더라도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 글은 10년 동안 사고 전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목격한 7가지 신호의 기록이다. ■ 신호를 읽는다는 것의 의미하인리히 법칙은 중대 사고 1건 뒤에는 경상 29건, 아차사고 300건이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아차사고 아래에는 무한히 많은 불안전 행동과 상태가 쌓여 있다. 그 층위가 바로 신호가 쌓이는 곳이다.위 피라미드 도식이 이 구조를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선행지표와 후행지표의 구분이다. 재해율, 사망자 수 같은 후행지.. 2026. 4. 17.
작업 중지권, 실제로 행사한 적 있나 안전교육을 할 때마다 작업 중지권을 설명한다.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즉시 작업을 멈출 수 있는 권리입니다. 법이 보장합니다." 교육 참석자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교육이 끝나고 나서 물어보면 실제로 행사해본 사람이 거의 없다. 알고 있지만 못 쓰는 권리. 10년 동안 이 간극을 줄이는 것이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였다. ■ 작업 중지권, 법이 정한 내용부터 정확히 알아야 한다작업 중지권은 산업안전보건법 제52조에 명확히 규정되어 있다. 근로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다. 그리고 사업주는 이를 이유로 해고, 불이익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 불이익을 준 사업주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위 인포그래픽이 작업 중지권의 법.. 2026. 4. 16.
밀폐공간 작업, 허가서만 있으면 충분한가 밀폐공간 작업 허가서를 발급하고 나면 "이제 작업해도 됩니다"라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현장이 많다. 그런데 밀폐공간 사고의 대부분은 허가서가 있는 상태에서 발생한다. 서류가 갖춰졌는데 왜 사고가 나는가. 10년 현장 경험과 법령 기준을 바탕으로 Q&A 형식으로 정리한다. ■ Q1. 밀폐공간이 정확히 무엇인가요?A. 법령이 정한 18가지 유형을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밀폐공간은 단순히 좁고 폐쇄된 공간이 아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별표 18에서 밀폐공간을 18가지 유형으로 정의한다. 대표적인 유형으로는 산소 결핍이나 유해가스 발생 위험이 있는 우물, 맨홀, 피트, 탱크 내부, 하수관, 정화조 등이 있다.위 인포그래픽의 핵심 수치를 주목해야 한다. 산소 농도 기준이 두 가지다. 18% 미만이면 산소 결핍으.. 2026. 4. 15.